크렘린서 생일 콘서트 열었던 러 성악가, 글로벌 소속사서 퇴출 [김동욱의 하이컬처]

입력 2022-03-24 06:00   수정 2022-03-24 06:26


러시아의 유명 성악가 안나 네트렙코가 국제 클래식 음악계에서 설 자리를 빠르게 잃어가는 모습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노골적인 친(親)푸틴 행보를 보여왔던 러시아 예술인들에 대한 국제 문화계의 비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네트렙코는 과거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공개적으로 찬동했으며, 지난해 50세 생일 때는 크렘린궁에서 기념공연을 가졌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親)푸틴 예술인으로 꼽혀왔습니다.

독일 주간 슈피겔에 따르면 네트렙코의 베를린 소재 에이전시인 CSAM(Centre Stage Artist)이 네트렙코와 결별했음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네트렙코의 공연을 담당하고 있었던 CSAM 측은 "우리는 더 이상 안나 네트렙코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네트렙코의 프로필은 CSAM 웹사이트에서 이미 삭제됐습니다.

네트렙코가 다른 에이전시를 빨리 구하지 못하는 한 모국인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의 활동이 곤란해진 것입니다.

CSAM은 글로벌 뮤직·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유니버설뮤직그룹의 자회사입니다. 유니버설뮤직그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가능한 한 빨리 폭력을 멈추라"고 촉구한 뒤 러시아에서의 모든 사업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네트렙코는 그간 유니버설뮤직그룹이 소유한 브랜드인 도이체그라모폰(DG)과 음반 계약을 맺고 주요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DG 측도 당분간 네트렙코가 참여하는 신보를 발매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네트렙코는 "지금은 음악이나 공연할 때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 무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기로 했다"며 당분간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네트렙코는 이달 예정됐던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홀 공연과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극장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2022~2023시즌 미국 뉴욕 메트오페라와 계획 중이던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참여도 무산됐습니다.

네트렙코는 지난 2012년 푸틴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2014년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지지하는 사진을 SNS에 올린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도 네트렙코 50번째 생일 기념 콘서트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치르도록 했습니다.

인류 보편의 윤리에 반하는 폭압적 정치세력과 유착한 예술인들이 활동할 공간은 더는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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